3월, 63세 여성이 정기 검진을 받으러 다니던 병원에 간다. 혈액검사에서 혈당이 줄곧 높았던 것으로 나와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흔히 쓰는 당뇨약을 먹기 시작하고, 석 달 뒤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듣는다.
6월, 그녀는 회사 근처 검사 기관에서 피를 뽑는다. 차를 몰고 병원까지 가는 것보다 편해서다. 혈당은 3월보다 더 높다. 재진 날 간호사가 체중을 재 보니 4kg쯤 빠져 있고, 진료 기록에는 생활습관 개선에 잘 반응하고 있다고 적힌다. 그녀도 의사도 흡족해한다.
8월, 등 한가운데가 몇 주째 아파서 긴급진료소를 찾는다. 넘어진 적도, 무거운 것을 든 적도 없다. 소염제 처방과 함께 물리치료 의뢰를 받는다.
세 의사는 저마다 눈앞의 일을 해냈고, 각 기록은 따로 읽으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함께 읽으면 어느 하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가리킨다. 세 기록을 모두 본 의사라면 췌장 영상 검사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세 번의 진료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
췌장은 위 뒤쪽 깊숙한 곳, 배 안 뒷벽에 붙어 있는 작은 장기다.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인슐린을 만드는 것인데,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세 번의 진료를 잇는 고리가 바로 이것이다. 췌장에 종양이 생기면 인슐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흐트러져 혈당이 오를 수 있고, 때로는 다른 어떤 징후보다 먼저 그렇게 된다. 또 암이 있으면 본인이 빼려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줄 수 있다. 그리고 췌장은 척추와 그 주변 신경 가까이 있어서, 그곳에 생긴 종양은 등 한가운데에 둔한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새로 당뇨병이 생긴 사람 대부분은 암이 아니다. 하지만 50세 이후에 처음 당뇨병이 생기면 약 100명 중 1명이 3년 안에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그 나이에 예상되는 비율의 약 8배다.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은 이런 환자를 찾아내는 점수를 만들었다. 당뇨병이 시작된 나이, 체중 변화, 혈당 변화를 바탕으로 한 점수다.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혈당이 오르는데 체중은 줄어드는 경우다.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췌장암이 대개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약 절반은 암이 퍼진 뒤에야 진단되고, 그때는 치료로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적다. 몇 달만 일찍 찾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여성의 경우, 필요한 정보는 이미 기록되어 있었다. 세 곳에 흩어져 있었고, 그 전부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같은 빈틈은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나는 원인이 불안이었는데도 심장 정밀검사를 받는 환자들을 보아 왔다. 불규칙한 심장 박동은 불안의 증상이었다. 그런 환자를 직접 진료하기도 했다. 그들의 심장은 꼼꼼히 검사받았지만, 답은 그들이 지나온 이야기의 다른 곳에 있었다. 한 사람의 건강을 이루는 조각들이 따로 놓여 있으면, 의학은 심각한 것은 놓치고 그렇지 않은 것을 좇는다.
좋은 의사는 먼저 알아차리고, 행동하기 전에 근거를 확인한다. 의학을 위한 AI도 그렇게 작동해야 한다.
컴퓨터가 아직 이 문제를 풀지 못한 이유
컴퓨터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읽는다. 그러니 왜 이런 사례를 진작 잡아내지 못하는지 묻는 것도 당연하다. 이유는 의료 AI 대부분이 두 종류 가운데 하나이고, 어느 쪽도 그림의 일부만 본다는 데 있다.
첫째는 사례에서 배우는 AI다. 과거 환자 수백만 명의 자료를 주면, 어떤 패턴이 병에 앞서 나타나곤 했는지를 배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쓰는 챗봇도 이런 방식으로, 엄청난 양의 글을 학습해 만들어졌다. 이런 AI는 알아차리는 데 능하다. 하지만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보여 주지 못하고, 틀렸을 때도 맞았을 때만큼 자신 있게 말한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결론을 두고 의사가 안심하고 행동할 수는 없다.
둘째는 사람이 적어 둔 규칙을 따르는 AI로, ‘이러면 저렇게 한다’는 식이다. 규칙은 무엇을, 왜 확인하는지가 분명하다. 하지만 누군가 미리 생각해 둔 것만 잡아내고, 그것도 정보가 규칙이 예상한 바로 그 형태로 들어올 때뿐이다. 배우지는 못한다.
두 방식 모두 불완전하지만, 어느 쪽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더 깊은 문제는 이 시스템들이 배우는 기록 자체에 있다. 의무기록의 상당 부분은 진료 노트이고, 노트 하나하나는 한 사람이 한 번의 진료를 두고 남긴 기록이다. 서둘러 쓰였고, 쓴 사람이 환자를 어떻게 보았는지가 배어 있다. 나머지 상당 부분은 청구를 위해 설계되어, 진단이 청구 코드 형태로 저장된다. 이런 자료로만 배우는 시스템은 그 사각지대까지 함께 배운다. 2019년 연구진은 미국 의료기관들이 추가 관리 대상 환자를 고르는 데 쓰던 알고리즘이 흑인 환자를 실제보다 건강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알고리즘은 과거 의료비 지출로 학습했는데, 흑인 환자의 진료에는 돈이 덜 쓰였던 것이다.
학습과 논리를 함께
좋은 의사는 두 가지 사고를 모두 쓴다. 오랜 진료 경험 덕에 뭔가 이상할 때 알아차리고, 행동하기 전에 그 인상을 근거와 대조해 본다. 뉴로심볼릭 AI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뉴로’ 부분은 경험처럼 배우고 알아차린다. ‘심볼릭’ 부분은 의사가 근거와 대조해 볼 때처럼 규칙으로 추론한다.
Chroneme에서 규칙은 발표된 연구와 진료 지침에서 나오며, 렌즈처럼 작동한다. 임상 질문마다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그 출처를 어디까지 믿을지를 정해 두기 때문에, 체중계로 잰 체중이 진료 노트 속 한마디보다 더 무겁게 다뤄진다. 그 틀 안에서도 학습 부분은 아무도 적어 둘 생각을 못 한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면 논리 부분이 그 패턴을 하나하나 근거에 비추어 검증하고, 검증을 견디지 못한 패턴은 결코 권고로 의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같은 여성의 진료를 Chroneme이 읽는다고 해 보자. 그녀가 진료받은 모든 곳의 검사 결과, 체중, 진료 노트가 하나의 기록으로 모이고,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놓인다. 6월에 체중이 줄면서 혈당이 오르자, 그 패턴은 발표된 점수가 찾는 바로 그것과 맞아떨어지고, 담당 의사는 그 주에 이 소견을 받아 본다. 등 통증이 시작되기 두 달 전이다. 소견은 쉬운 말로 쓰여 있고, 근거가 된 모든 결과와 각 결과가 언제 어디서 기록됐는지, 그리고 규칙의 바탕이 된 연구가 함께 나와 있다. 영상 검사 오더는 이미 준비돼 있고, 환자를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 이유를 설명하는 메시지도 함께 있다. 담당 의사는 이를 검토하고,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뒤 서명한다.
규칙이 글로 적혀 있으니, 같은 사실은 누가 당직이든 모든 환자에게서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근거가 바뀌면 규칙을 한 번만 고쳐도 모두에게 적용된다. 무언가 잘못되면 어디서 어긋났는지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
더 나은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방법이 돌아갈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록을 온전히 지키고, 백만 번째 환자에게도 첫 번째 환자에게만큼 잘 작동하는 시스템 말이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새로운 종류의 통찰도 가능하게 한다. 영상은 몸속이 어떤 모습인지, 병력은 몸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유전 정보는 몸이 어느 쪽으로 가기 더 쉬웠는지를 보여 준다. 이것들은 대개 서로 다른 전문의가 따로따로 읽어 왔다. 함께, 순서대로 읽으면 어느 한 기록에도 들어 있지 않은 조합이 드러난다.
좋은 근거 중심 진료가 어떤 모습인지 의학은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부족했던 것은 그 근거를 모두, 매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시간이다. 어떤 의사도 매번 진료에 앞서 모든 기록을 모든 지침과 대조해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Chroneme의 에이전트, 곧 작업의 단계를 하나씩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그 준비를 맡는다. 오더와 메시지와 진료 노트의 초안을 저마다 출처와 함께 만들어, 임상의가 검토하고 서명하도록 한다. 판단은 사람에게 남고, 아낀 시간은 진료로 돌아간다.
우리는 무엇을 주장하는지에 신중하다. 모든 결론을 추적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설계상 오늘 이미 사실이다. 이 시스템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큼 자주 맞는지는 근거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결과도 보기 전에 작성한 프로토콜에 따라 시스템을 검증하고 있으며, 부족한 점까지 포함해 발견한 것을 공개할 것이다.
출처: 50세 이후 새로 생긴 당뇨병과 췌장암의 관계는 Chari et al., Gastroenterology, 2005. ENDPAC 점수는 Sharma et al., Mayo Clinic, Gastroenterology, 2018. 진단 시 병기는 National Cancer Institute, SEER Cancer Stat Facts: Pancreatic Cancer 자료(2016~2022년, 51%가 원격 전이 후 진단). 케어 관리 알고리즘은 Obermeyer et al., Science, 2019. 뉴로심볼릭 AI에 대한 설명은 Garcez and Lamb, Artificial Intelligence Review,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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